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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바이러스가 경제를 잡아먹는다?

by 희야캐슬 2017. 9. 3.




바이러스는 경제도 병들게 한다.


작년 5월에 남미의 브라질에서는 '리우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려야 할 브라질은 올림픽이 열리기 전 울상이였습니다.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알려지면서 몇몇 국가들이 올림픽 불참까지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정상인보다 뇌가 작게 태어나는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덩달아 '올림픽 특수'를 노리던 브라질 경제도 시름에 빠졌습니다. 브라질에서 관광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약 880만 개 수준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일자리를 더 늘리기 위해 391억 헤알(11조 6,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 올림픽을 유치하고 기반 시설을 지었답니다. 그런데 지카 공포로 비행기 티겟이나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자제하다 보니 돈을 쓰지 않게 되면서 경제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세계은행은 이렇게 생긴 중남미 국가의 단기적 경제 피해 규모가 35억 달러(약 4조 3,000억원)라고 보고 있답니다.

더 심각한 건 이번 사태로 브라질의 출산율 저하마저 우려된다는 겁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소두증에 걸린 아기를 낳을까 우려한 엄마아빠들이 임신과 출산을 꺼리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브라질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에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남미 경제를 강타한 지카 바이러스의 위력은 이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추세랍니다. 세계 2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환자가 나오면서 여행 · 관광업을 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요 수출품인 원유의 가격 하락으로 고통 받고 있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이 지카 바이러스로 결정타를 맞는다면, 이 나라들과 거래를 해 왔던 수많은 나라들에까지 경제위기가 전염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병들게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한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도 바이러스로 인해 순식간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밥상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공포에 질린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해서 경제를 위축시킵니다. 그런데 동식물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도 경제에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닭, 오리를 공격하는 조류독감(AI)이나 소, 돼지가 걸리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돌면 정부에서는 인근의 가축들을 모두 죽여서 땅에 묻는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축을 집중적으로 모아 놓고 키우는 우리 농가의 형편상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주변 가축까지 전염돼 버립니다. 게다가 가축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일일이 백신 접종이나 치료제 투여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백신을 접종한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변이가 너무 빨라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살처분을 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바이러스가 한번 쓸고 간 지역의 축산 농가들은 다시 가축이 자라나는 몇 년 동안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고통을 겪습니다. 2011년에는 전국에서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되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었습니다. 최근에도 전북과 충남 등 일부 지역에 구제역이 돌면서 5년 전의 공푸가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해당가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구제역이 돌면 소비자들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조류독감이 돌면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으려하지 않습니다. 고기를 먹는다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우리의 밥상을 바꿔 버리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은 지역의 농가들까지 축산물의 수요 감소로 인해 소득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왜 전염병 공포는 해마다 거듭될까? 


이처럼 바이러스는 전쟁이나 테러보다도 더 우리의 생명과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특히 몇몇 바이러스는 대규모로 유행해도 마땅한 치료제나 예방법이 없어 더욱 위력이 큽니다.

에볼라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6년 아프리카 중부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지카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69년 전인 1947년의 일입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나타난 메르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왜 발견한 지 수십 년이나 된 바이러스들의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 걸까요?

그건 에볼라, 지카 같은 바이러스가 처음에는 아프리카 같이 못 사는 지역에서 퍼졌기 때문입니다. 내전과 가난으로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이 지역 주민들은 전염병이 돌아도 값비싼 치료제를 살 엄두도 못냈습니다. 하물며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접종을 맞는다는 건 생각조차 못할 일입니다. 그러니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려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만들어 봐야 팔릴 턱이 없으니 말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도는 풍토병쯤으로 여겨지던 이 바이러스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선진국에까지 바이러스가 퍼지면서부터입니다. 세계화로 인해 가난한 나라가 개발되고 이 나라들에 선진국 사람들이 오가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뒤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은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한 연구소가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2종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 백신 역시 현재 세계의 여러 연구소에서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오랫동안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의학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봐야겠습니다. 지구의 한쪽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도 경제적인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조금 서글프지 않나요? 경제가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세상이지만 돈만을 좇다가 인류에게 중요한 또 다른 가치를 잊고 사는게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예방접종이 공짜인 이유 


병원에 가는 것은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썩 기분좋은 일이 아닙니다. 예방접종을 특히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면서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맞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필수 예방접종을 무료로 만든겁니다. 국가는 왜 걸리지도 않은 병을 예방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들이는 걸까요?

그건 앞서 살펴봤듯이 전염병이 돌았을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치료비는 물론 전염병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입게 될 2차 피해까지 생각한다면, 예방접종의 비용은 '새 발의 피'인 셈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예방접종을 맞아서 항체를 갖고 있으면,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어도 쉽게 퍼지지 않으니까요. 항체가 없는 사람들이 병에 노출될 확률이 낮아지는 겁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외부효과라고 부릅니다.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크다면 사회적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은 실제 지출한 비용에 비해 훨씬 더 크겠죠? 우리나라가 예방접종을 장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